“그 시절의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지금의 나는 웃기만 하네.”
기억은 흐르고, 말은 남고, 침묵은 깊어집니다.
오늘은 부조리극의 거장 사뮈엘 베케트의 또 다른 걸작,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를 소개합니다.
이 작품은 말과 시간,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며 한 인간의 삶이 소리와 침묵 속에 조각처럼 흩어지는 시적이고 철학적인 무대 실험입니다.
https://youtube.com/shorts/0xYTMrZDjG0
작가 소개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는
『고도를 기다리며』로 20세기 부조리극의 흐름을 열어젖힌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이후에도 인간 존재의 본질,
특히 시간, 기억, 고립, 언어의 한계에 대해 끊임없이 깊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는 그의 대표적인 1인극으로,
등장인물도, 대사도, 동선도 극도로 절제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삶 전체가 파편처럼 재구성되는 연극적 긴장이 흐릅니다.
줄거리
무대는 어두운 방. 나이 든 남자 크라프가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살아오며 매년 생일마다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 두는 습관을 가졌죠.
오늘은 그의 69번째 생일. 그는 30년 전, 39세의 자신이 남긴 녹음 테이프를 꺼내 듣습니다.
젊은 시절의 크라프는 자신의 생각, 철학, 연애, 야망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 말을 비웃고, 그때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후회합니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침묵합니다.
그렇게 녹음된 목소리와 현재의 침묵이 교차하며 관객은 크라프의 삶 전체를 조각처럼 만나게 됩니다.
마지막에 그는 새로운 테이프를 꺼내지만 녹음을 하지 않습니다. 말 대신,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합니다.
핵심 주제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는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는 아주 고요하고도 강렬한 연극입니다.
이 작품은 “기억이란 무엇인가”,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간이 지나며 말은 남지만 의미는 바래지고, 침묵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극 중 유일한 인물인 크라프는 끊임없이 과거의 ‘자기 자신’을 듣고, 되묻고, 부정하면서도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베케트는 이 작품을 통해 인생이란 결국, 말하고자 했지만 끝내 말하지 못한 것들의 모음임을 무대 위에 남겨 놓습니다.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는 말이 아니라 시간이 주인공인 연극입니다.
입시생 여러분, 이 작품은 ‘언어로 다 담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무대에서 표현할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그 고민 자체가 바로, 연극의 시작입니다.
다음은 코르네이유의 『르 시드』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의 합격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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