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Mythology)와 경제(Economy)

에리크토니오스(Erichthonius)의 선택 – 이낙연과 김문수, 연대라는 묘수일까?

MythNomics 2025. 5. 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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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라는 낯선 단어, 더 낯선 조합

2025년 6월, 한국 정치에 낯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중도 개혁 성향의 이낙연 전 총리와, 보수의 상징 김문수 전 지사가 ‘연대’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연대는 ‘국민을 위한 결단’이라기보다, 어딘가 불편한 표정 속에 내비친 계산된 합의처럼 느껴집니다.
이질적인 두 인물의 동행이 과연 ‘대안’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 또한 낡은 권력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일까요?

신화로 본 정치적 연대 – 아테나(Athena)와 에리크토니오스

그리스 신화에서 연대와 혼성성의 상징은 바로 에리크토니오스입니다.
그는 피와 땀이 아닌, 말 그대로 ‘실수와 충돌’에서 태어난 존재입니다.

트로이아 전쟁  아테나는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 제작을 위해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 찾아갑니다. 헤파이스토스가 아테나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강간하려 하자 아테나가 놀라 달아났고, 이때 헤파이스토스의 정액이 아테나의 다리에 묻게 되었습니다. 아테나는 올리브 잎으로 정액을 닦았는데, 이때 정액이 땅에 떨어져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아기 에리크토니오스를 수태하게 됩니다.
신도 인간도 아닌 이 존재는, 정통성이 없었기에 누구도 왕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테나는 그를 데려와 지혜로 키우고 아테네를 통치하게 합니다.
그의 통치는 파격적이었습니다.
기존의 신성 혈통이 아닌, 혼종의 리더십으로 도시를 다스리며 기술·예술·경제를 융성시켰죠.

그의 이야기는 이렇게 묻습니다.
"완벽한 조합이 아니라, 충돌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는가?"

이낙연-김문수 연대는 무엇을 상징하나

그런데 지금의 현실로 돌아와 보면, 이낙연과 김문수의 연대가 그런 새로운 질서를 지향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이낙연은 한때 대권을 꿈꾸던 인물이지만, 민주당 내에서 입지를 잃고 주변부로 밀려났습니다.
    그에게 이번 연대는 '기회의 재점화', 다시 한번 권력 중심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노욕의 불씨일 수 있습니다.
  • 김문수는 윤석열 정권과의 관계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고, 극우층 사이에서도 입지가 모호해졌습니다.
    그에게 연대는 ‘시대정신’보다는 생존을 위한 다급한 외줄 타기로 보입니다.

이들의 연대는 국민을 위한 개혁 연합이라기보다, 정치적 사면초가에 몰린 이들이 서로의 유일한 출구로서 손을 잡은 것처럼 비쳐집니다.

마치 신화 속 에리크토니오스가 우연의 산물이었다면, 이 연대 역시 '우연한 절박함'의 산물일 뿐, 진정한 시대정신이나 명분에 뿌리를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어떤 연대를 원하는가

정치란 늘 새로운 조합의 예술입니다.
하지만 조합이란 섞였다고 해서 자동으로 새로워지는 건 아닙니다.
에리크토니오스는 신과 인간이 섞였지만, 그가 위대한 지도자가 된 건 아테나의 교육스스로의 통찰,
그리고 도시국가를 향한 진정성 있는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연대는 어떨까요?
정치적 배경이 다른 두 인물이 손을 맞잡았다는 이유만으로 ‘중도 대연합’이라고 부르기엔, 그 속에 담긴 철학과 정책의 방향성은 너무나 모호하고,
무엇보다 국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진정한 연대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구체적 실행력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아니면 그저 이익을 나누는 방정식에 불과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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