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3일 오후 1시 14분, 부산역을 떠난 새마을호 열차 1008호.
그 열차의 운전실에는 한 명의 기관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평소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열차를 출발시키고,
차분하게 철로 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그는 대한민국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상태였습니다.
그 사실을 몰랐던 이유는, 그가 운전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업무 중에는 휴대폰과 무전기를 꺼두는 것이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지요.
그가 지명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중간 정차역인 김천역에 도착해 기관사 교대를 하면서였습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기관사로서 마지막 운행을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이 짧은 에피소드는 김영훈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노동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닮은 사람
그리스 신화 속 헤파이스토스는 하늘에서 쫓겨난 뒤 땅속 대장간에서 불과 쇠를 다루며 신들의 무기를 만든 신입니다.
그는 싸우지 않았지만, 싸울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세상을 지탱한 조용한 창조자였습니다.
김영훈 후보자의 삶도 비슷한 흐름을 가집니다.
그는 철도기관사로 시작해 철도노조 위원장, 전국운수노조 초대 위원장, 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노동 현장의 가장 바닥에서부터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신처럼 위에서 내려온 사람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올라온 사람.
불과 쇠 대신 현장과 제도, 연대와 정책이라는 도구로 현실을 바꿔 온 사람입니다.
민주노총은 왜 필요한가요?
김영훈 후보자는 민주노총의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민주노총은 때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분명한 역할을 해온 조직입니다.
- 주 5일제의 정착,
- 산재보상 체계의 개선,
- 최저임금 인상,
-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논의,
- 노란봉투법 추진 기반 등은
모두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만든 변화들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기도 합니다.
법이 미치지 못한 그늘 아래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제도 밖의 울타리’를 제공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망치 대신 제도 설계도를 들다
김영훈 후보자는 철도노조 위원장 시절, 파업을 이끌다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겐 늘 현장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는 정책의 중심에 섭니다.
노동자의 손에서 정책가의 손으로.
그리고 그 변화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희망적인 진화일 수 있습니다.
그가 만드는 제도는
단순히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기억과 경험에서 비롯된 진짜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김영훈 후보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는 국가 행정의 핵심 자리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어디까지나 '현장을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정책은 숫자와 문장으로 이뤄지지만, 그의 정책은 기억과 경험, 얼굴과 목소리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철도 위를 달리던 손이, 이제는 제도를 만드는 손으로 바뀌었지만 그 손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습니다.
노동은 여전히, 세상의 엔진입니다
철도 위를 달리는 새마을호 안에서
장관 지명 소식을 들은 사람.
그리고 그 순간에도 “안전 운행”을 먼저 생각한 사람.
그는 신처럼 위에서 내려온 이가 아니라,
밑바닥에서부터 세상을 지탱해 온 사람입니다.
신화 속 헤파이스토스처럼 불과 쇠, 땀과 책임으로 세상을 만드는 사람.
김영훈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 사람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도
거창한 말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진짜로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한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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