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신들의 눈물 – 신화가 전하는 기후의 경고, 그리고 약자를 위한 경제 이야기
2025년 여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창밖에선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아침 출근길은 습기와 우산, 그리고 밀린 배수로로 흘러넘친 도로와의 전쟁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장마는 그저 불편한 계절적 현상일까요?
어쩌면 신화 속 신들이 흘리는 눈물처럼, 지금 이 장마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신화는 말합니다 – 비는 신의 감정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계절을 바꾸는 신이 있습니다. 바로 농업과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입니다.
그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 페르세포네가 있었죠.
하지만 어느 날,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버립니다.
데메테르는 딸을 잃은 슬픔에 땅의 모든 생명을 메마르게 만들고, 눈물처럼 비를 쏟아붓습니다.
그녀가 울면 봄이 사라지고, 꽃이 지며, 비가 오고, 농작물은 시들어갑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비극이 아닙니다.
비는 슬픔이자 분노이며, 자연의 질서를 위반한 대가라는 것이죠.
천둥의 신 인드라 – 물의 힘은 인간의 거짓을 심판한다
인도 신화로 넘어가 볼까요?
여기에는 비와 번개를 다스리는 인드라라는 강력한 신이 등장합니다.
어느 날, 인간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신들을 속이고, 자기들끼리만 풍요를 독차지하려 합니다.
인드라는 분노합니다.
그리고 거대한 구름을 몰아오고, 대지를 쩌렁쩌렁 울리는 천둥과 함께 끊임없는 폭우를 쏟아붓습니다.
신을 속인 대가는 ‘홍수’였고, 인간들은 자신의 탐욕에 의해 물속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이 신화도 묻습니다.
“너희는 자연의 질서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느냐?”
"너희의 경제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
장마의 신? 한국에도 있습니다
우리 전통 설화에도 장마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은 비가 너무 오래 오면 비를 멈추는 굿을 했고,
지속되는 폭우를 귀신이나 신의 노여움으로 여겼습니다.
특히 ‘비 내리는 무당’이라는 민간 설화에서는,
하늘의 신과 약속을 어긴 인간에게 3일 밤낮의 비가 쏟아져 마을이 물에 잠긴다는 이야기까지 등장합니다.
결국 그 비는 하늘의 경고였고, 자연과 약속을 저버린 인간에게 내리는 '경고장'이었습니다.
비가 말하는 경제 – 장마철엔 누가 가장 먼저 젖을까?
비는 모두에게 내리지만, 피해는 모두에게 똑같이 오지 않습니다.
- 반지하에서 사는 사람들은 맨 먼저 물이 들어옵니다.
- 하천변 쪽방촌은 잠기고, 그 안의 삶은 무너져내립니다.
- 소상공인은 고객이 끊겨 매출이 급감하고,
- 농민은 침수로 작물 한 해 농사를 통째로 잃습니다.
장마는 경제적 약자부터 젖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천재지변'이라는 이름으로 덮여버립니다.
하지만 신화는 그저 "운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너희가 무시한 자연, 그 대가다”라고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장마철 경제를 바꾸는 작은 실천들
1. 장마철 소비, 변화를 읽자
- 제습기, 우비, 배달서비스, 방수 신발…
이런 장마철 소비 트렌드를 알고 미리 대비하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2. 보험, 이제는 기후 보험을 생각할 때
- 기후위기로 인한 침수, 정전, 재해에 대비한 보험 상품들을 체크해보세요.
- 특히 농업, 자영업 종사자라면 반드시 필요한 ‘생활 방패’입니다.
3. 정부의 지원정책은 챙기자
- 침수 피해 복구 지원금, 재난주택 임시 거처, 장마철 응급물품 지원 등은
‘정보를 아는 사람’에게 먼저 돌아갑니다. 약자를 위한 제도는 알아야 지킬 수 있습니다.
신화는 묻습니다 –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장마는 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끝을 누가 먼저 마주하느냐는 다릅니다.
신화 속 데메테르는 눈물을 멈추기 위해 딸을 되찾는 협상을 했습니다.
인드라는 인간이 참회하고 다시 신과 소통할 때 비를 거둬들였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협상과 회복입니다.
경제를 단지 숫자가 아니라 ‘삶의 시스템’으로 본다면, 장마철 정책과 지원은 가장 약한 곳부터 스며들어야 하겠지요.
마무리하며
장마는 신이 울어서 오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화는 그 비에 의미를 담아 전해줍니다.
“자연은 우리가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경제는 강한 자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장마철, 모두가 우산을 들지만, 그 우산이 없는 사람들까지 함께 비를 피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