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입시 필수 희곡 50> 29. 서푼짜리 오페라(Three Penny Opera)
“우리는 돈 없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이 아이러니한 문장은 인간 욕망의 민낯을 통렬하게 찌르는 브레히트의 냉소이며, 자본주의 사회의 도덕을 풍자하는 선고문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독일 연극의 거장,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작 『서푼짜리 오페라』를 소개합니다.
노래하고 춤추며 웃게 하면서도, 마음 한켠에 묵직한 질문을 남기는 이 작품은 ‘무대 위의 현실’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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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단순한 극작가가 아니라, 연극 형식 자체를 전복시킨 혁신의 사상가입니다.
그는 관객을 몰입시키는 대신 ‘낯설게 만들기’를 통해 연극을 낯선 현실로 돌려주고자 했습니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브레히트가 작곡가 쿠르트 바일과 함께 만들어 낸 가장 성공적인 작품 중 하나로, 대중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정치성을 지닌 독특한 음악극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시대를 연상케 하는 런던 빈민가를 무대로, 거지, 창녀, 경찰, 도둑들이 뒤엉킨 세계 속에서 돈과 정의, 사랑과 위선이 얽히고설키며 노래로 폭로됩니다.
줄거리
무대는 런던의 어두운 뒷골목.
이 도시의 암흑가를 장악한 악명 높은 범죄자 ‘매키 나이프’는 거리의 여자 폴리와 비밀리에 결혼합니다.
하지만 폴리의 아버지이자 ‘거지들의 왕’ 피첨은 이를 탐탁지 않아 하고, 경찰과 손잡고 매키를 감옥에 보내려 하죠.
매키는 도망치고, 사랑에 빠진 여인들과 친구들의 배신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든 인간관계는 점차 돈과 권력의 게임으로 바뀌어 갑니다.
극의 마지막, 매키는 처형 직전 기적적으로 ‘왕의 사면’을 받아 살아나고, 관객은 이 황당한 ‘행운’을 보며 웃음 너머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왜 도둑은 교수형을 당하고, 은행가는 영웅이 되는가?”
『서푼짜리 오페라』는 이 단 하나의 질문으로, 모든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핵심 주제
이 작품은 연극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다시 묻습니다.
화려한 노래와 유쾌한 장면 속에서도, 브레히트는 철저히 관객을 깨어 있게 만듭니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 인간이 어떻게 도덕과 양심을 저버리게 되는지를 유머와 음악으로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돈은 정의보다 앞서고, 범죄자는 처벌받기보다 체제를 유지하는 기계의 일부가 됩니다.
또한 브레히트는 이 작품을 통해 ‘동정’이 아닌 ‘비판’을 유도합니다. 우리는 매키 나이프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통해 사회 구조의 부조리를 깨닫게 됩니다.
그 모든 것이 바로, 브레히트식 서사극의 진수입니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단순한 풍자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웃음과 멜로디 사이에 숨어 있는 자본주의의 야수성을 조명하며, 무대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비춥니다.
입시를 준비하시는 여러분, 이 작품을 통해 관객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연기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의 예술 여정에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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