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포이(Delphi) 신탁과 ‘추경’이라는 현대의 예언
신탁은 아직도 존재합니다
"신탁이 현실이라고요? 무슨 미신 같은 소리냐고요?"
그렇지만 놀랍게도, 신탁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다만 예언자는 신관이 아니라 정부 재정 당국이고, 성스러운 신전 대신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발표됩니다.
2025년 6월, 한국 정부는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예고했습니다.
그 규모는 약 13.8조 원.
국가가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죠.
"지금은 이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소비를 살리십시오. 민생을 지키십시오."
이건 마치, 위기 앞에서 인간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을 찾아갔던 이유와도 같습니다.
델포이 – 혼돈 속의 ‘이정표’
델포이는 고대 그리스의 모든 도시국가가 목숨처럼 의지하던 신탁의 장소였습니다.
전쟁을 할지 말지, 도시를 어떻게 다스릴지, 심지어 전염병이 돌면 어디서 멈출지를 결정하는 것도 이곳의 몫이었죠.
그 신탁은 아주 명확하거나 직설적이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용이 싸울 것이다. 하나는 타오르고, 하나는 젖을 것이다."
이런 식의 은유로 가득했지요.
그런데 한국 정부의 추경 발표도… 약간 비슷하지 않나요?
“물가 부담을 낮추고, 민간 소비를 유도하겠다.”
– 유류세를 낮추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 농산물 공급 확대
–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이 모든 메시지를 풀어보면 결국 하나입니다.
"이제 민생을 살릴 타이밍입니다. 이걸 놓치면 더 큰 위기가 옵니다."
경제는 언제나 예언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물가는 안정세지만 체감은 여전히 ‘비쌉니다’.
소비자들은 불안하고, 기업은 투자에 머뭇거리죠.
그래서 예언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생존할 수 있는가?’
추경은 예산이 아니라, 예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예언을 해석하고 따라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신화 속 예언, 현실의 정치
그리스 신화에는 수많은 예언자가 등장합니다.
–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멸망을 예고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에게 진실을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델포이의 무녀는 모든 신들의 뜻을 사람의 언어로 풀어 해석해야 했습니다.
지금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국회 예결위는 어쩌면 이 현대의 예언자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예언이 경제적 약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들리느냐입니다.
고소득층은 예산안을 ‘해석’할 줄 알지만, 소득 하위층은 예산안을 ‘느끼지’ 못합니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실질적인 신탁은?
고대의 신탁이 그랬듯, 예언은 모호할수록 해석의 책임이 커졌습니다.
그럼 이 추경, ‘경제적 약자’에게 진짜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 전기요금 감면 → 기초수급자, 1인가구 중심의 직접 혜택 강화
- 자동차세 인하 → 자영업자 화물차, 영업용 차량 대상 확대
- 농산물 가격 완화 → 저소득층 농식품바우처 제도 연계
- 유류세 인하 → 대중교통 대책과 연동해야 체감도 상승
예언을 신뢰받게 만드는 법
아폴론의 신탁은 항상 옳았습니다.
단, 그것을 믿고 따를 때만 그랬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추경도
-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예산이 되어야 하고
- 실질적 체감이 가능한 배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예산은 델포이의 예언이 아니라 카산드라의 저주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신탁은 예언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우리는 매번 위기 앞에서 예언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예언을 ‘믿고 따를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예언이 내 삶에 와 닿느냐’ 입니다.
정부가 던진 신탁, 그것은 곧 우리 모두의 선택으로 완성됩니다.
여러분은 이 신탁을 어떻게 해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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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델포이에서의 예언을 현실에서 풀어낼 시간입니다.
경제의 주인공은 결국, 당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