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Mythology)와 경제(Economy)

나는 오늘도 선택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 패리스(Paris)의 경제학과 경제적 약자의 선택

MythNomics 2025. 4. 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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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들이 만든 '판' 속에 끼어든 한 인간, 패리스

 

그리스 신화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 트로이 전쟁의 불씨는 놀랍게도 전장의 전략도, 무기 경쟁도 아닌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누구인가?”라는 지극히 사적인(!)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자,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신들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초대받지 못한 단 한 명의 여신, 바로 에리스(Eris). 그녀는 ‘불화와 혼란의 여신’으로 유명했죠.
모욕당했다고 생각한 그녀는 파티장 한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 라고 쓰인 황금 사과를 하나 던져놓습니다.

그러자 곧 신들의 세계는 삽시간에 조용한 전운에 휩싸입니다.
그 사과를 두고 세 명의 여신이 서로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죠.

  • 헤라: 신들의 여왕, 권력의 화신. “사과는 나 거야. 나는 모든 신 중의 여왕이잖아.”
  • 아테나: 지혜와 전쟁의 여신. “내가 가장 현명하고 당당하지. 내가 받아야지.”
  • 아프로디테: 사랑과 미의 여신. “아니, 미(美)의 사과인데 당연히 나지 않겠어?”

세 여신은 자신들 사이의 다툼을 인간에게 맡깁니다.
선택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넘기고 싶었던 것이죠. 그 선택을 맡은 이가 바로 트로이 왕자, 패리스입니다.
그는 전쟁 영웅도 아니고, 위대한 왕도 아니며, 단지 목동처럼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던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신들은 그에게 세계를 뒤흔들 선택을 맡깁니다.

 

2. 선택의 순간 – 세 가지 유혹

 

세 여신은 가만히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패리스에게 아주 현실적인 선물을 제시합니다.

  • 헤라: “나를 선택하면, 너를 유럽과 아시아의 제왕으로 만들어 주겠다.” (권력)
  • 아테나: “나를 고르면, 누구보다도 뛰어난 전사이자 현자가 되게 해주지.” (지혜)
  • 아프로디테: “나를 선택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스파르타의 헬레네를 너에게 주겠다.” (사랑)

패리스는 고민합니다. 그리고 결국, 가장 눈에 띄고 즉각적인 보상을 택하죠. 
아프로디테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 대가는 어땠을까요? 그의 선택은 헬레네의 납치로 이어졌고,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전쟁을 선포합니다.
이것이 바로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자, 패리스가 “세계를 망하게 한 인간”이라는 비난을 듣게 되는 순간입니다.

 

3.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도 오늘날 패리스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난 저런 선택 안 해”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런데 요즘 우리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도 똑같이 ‘선택의 함정’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에게 물어봅니다:

  • “지금은 주식이야, 아니야 부동산이야!”
  • “이제 코인이 다시 뜬다니까?”
  • “왜 아직도 적금이야? 이자는 박살 났잖아!”

선택은 항상 강요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지는 언제나 달콤하게 포장되어 있죠.

권력처럼 보이는 건 부동산, 지혜처럼 보이는 건 투자 강의나 재테크 채널, 사랑처럼 다가오는 건 단기 고수익을 약속하는 광고들.

결국 우리는 ‘헬레네’를 쫓듯, 즉각적인 보상과 화려한 유혹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 댓가는? 투자 실패, 부채 증가, 빚으로 쌓인 삶의 불안정성.

 

4. 경제적 약자에게 '황금사과'란 무엇일까?

 

패리스는 약자였습니다. 그는 선택을 원한 것이 아니라, 판 위에 끌려들어간 존재였죠.

경제적 약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시장을 만드는 쪽이 아니라, 만들어진 시장의 흐름에 편승해 ‘선택지 안에서만 선택’합니다. 진짜 위험은 ‘무엇을 선택했는가’가 아니라, ‘선택지를 고를 자유가 있었는가’에서 시작됩니다.

 

5.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첫째, 유혹보다 구조를 보라

황금사과를 누가 만들었는지, 왜 내 앞에 떨어졌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눈앞의 수익보다, 그 수익이 어디서 온 건지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둘째, 지금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자

패리스는 “지금”을 기준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미래 전체”를 망쳐버렸죠. 단기 수익보다, 중장기 흐름을 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셋째, 혼자 선택하지 말자

신들이 패리스에게 물었던 것처럼,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개인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그럴 때일수록, 신뢰할 만한 정보와 커뮤니티, 그리고 공유된 경험이 필요합니다.

 

6. 마무리하며 – 당신의 선택은 작지만, 영향력은 크다

 

패리스는 한 번의 선택으로 전쟁을 불러왔지만, 당신은 한 번의 선택으로 경제적 자유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삶이 답답하고 불안하더라도, 판을 읽을 수 있는 눈을 키우고, 유혹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함을 만든다면,

그 어떤 황금사과도 당신을 시험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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